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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커피한잔

전원 생활의 어려움들

by Sneakers2022 2025.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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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전원 생활을 한지 6년차의 소감

 

도시에서 태어나 반 평생을 도시 사람으로 살았지만, 결혼후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평소 꿈꿔왔던 시골로 이사를 가게되었다. 어릴적 방학때면 놀러가던 시골 할머니집에 대한 낭만이 있었기에 큰 두려움이나 망설임없이 우리 부부는 전원 주택을 구입했고 사랑하는 반려동물들과 함께 전원생활을 시작하게된 것이다.

 

반장이라는 감투를 쓴 지적장애 노총각이 시도때도 없이 벨을 누르며 찾아왔다. 

 

우리가 둥지를 틀고 전원생활을 시작한 곳은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혼자서 기거하는 독거노인들이나 은퇴한 노부부들, 농사를 짓고 사는 토박이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처음 이사를 하고 얼마되지 않자, 우리 마을의 반장이라고 하는 사람이 우리집에 서슴없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반장은 약간의 지적 장애가 있는 노총각이었는데, 우리 부부와 나이가 거의 비슷해서인지 우리 부부를 너무 반가워하며 수시로 찾아와서 벨을 눌렀다.

 

처음에는 반장이기도하고,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어주었지만, 반장은 지적장애 ( 언어장애도 있다. ) 가 있어서인지 선을 넘는 수준의 방문을 하는 날들이 많았다.  어지간하면 포용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는 나였지만, 어느날은 반장에게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다는 옛말이 있듯이, 너무 호락호락하게 보이거나 빈틈을 보이면 예의를 망각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행동하는 이기적인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애써 친절할 필요도, 시간을 내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적장애와 언어장애때문에 처음에는 짠하게 생각하던 반장의 선을 넘는 행동은 나를 단호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전원생활의 시작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했다.

 

실제로 해본 전원 생활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다.

 

전원주택에서 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저녁무렵에는 노을을 보기 위해서 옥상에 올라가서 시간을 보내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다. 그런데 시골마을은 대부분이 논밭으로 뒤덮혀있고, 마땅히 산책을 할만한 포장 도로가 거의 없다. 우리 부부는 산책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했지만, 전원 생활을 하고부터는 제대로 산책을 할 수가 없었다. 마을 주변을 가볍게 돌아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면, 이웃 집에서 키우는 개들이 컹컹 사납게 짖어대기도 하고, 마당에다가 풀어놓고 키우는 개들이 소란스럽게 뛰어와 공격적으로 짖어대는 일이 다반사였다.

 

저녁 무렵이 되면 가로등도 드문 드문 설치가 되어 있다보니, 주변은 암흑으로 뒤덮혔다. 우리집 주변에는 방치된 폐교가 있었는데 밤이 되면 마치 귀신이라도 나을듯 을씨련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학때마다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봤던 밤하늘에  수놓인 예쁜 별들과 전원 생활을 하면서 올려다본 별과는 느낌이 달랐다.

 

전원 생활이 거듭될 수록 삭막하고, 고립된 느낌을 받다.

 

밤이 되면 저 멀리에서 공기총을 쏘는 소리도 자주 들렸다. 어떤 날은 공기총을 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는 날도 있었는데 먹이를 찾기 위해서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등의 야생동물을 해치는 소리였다. 산과 들이 많다보니 두더지나 고라니등의 야생동물이 많이 번식해서 살아가고 있는지라,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농작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야생동물을 해치고 있었고, 가끔씩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의 안타까운 시신을 목격해야만 했다.

 

전원 생활의 낭만은 이사를 한지 약 4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도시에서처럼 기분이 꿀꿀한 날 동네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을 할 수도 없었으며, 우리 집 근처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편의점도 없었다. 심지어 음식 배달도 되지 않았다. ( 나중에는 1-2 군데는 배달을 해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기긴 했다. )  그러다보니 반려자와 나는 점점 전원 생활에서 압박감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도시에서라면 간단히 맥주 한잔씩 하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서 풀수 있는 작은 스트레스를 시골 생활에서는 누릴수가 없었다.

 

물론 차를 타고나가면 시골의 읍내로 가서 도시처럼 문명 생활을 할수도 있지만, 일부러 차를 타고 나가야하고 밤이 되면 읍내는 유령도시처럼 썰렁했다. ( 유동 인구 자체가 아주 적다. ) 전원 생활은 실제로 해보면 결코 낭만적이지 않고, 살아보지 않으면 모를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다.  만약에 전원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면, 단기 임대를 해서 살아보거나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별장을 구해서 주말이나 휴가때에만 기거하는 식으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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