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생활을 한지 7년차에 얼마전 마당에서 너구리를 목격하게되었다. 필자의 집 마당에는 365일 항시 길고양이들의 사료가 놓여져있고, 주변의 길고양이들이 하루 종일 들락달락 오가며 사료를 먹고 간다.
특히 눈이 자주 오는 겨울철에는 강풍과 추위, 눈을 피해서 길고양이들이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마당에 주차부스처럼 생긴 소형 천막을 설치해놓고 그 안에 사료를 가득 놓아두곤 하는데, 천막안의 사료앞에 털이 긴 장모종의 고양이로 보이는 생명체가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누군가가 유기한 품종묘인줄 알고 다가가보니, ( 가끔씩 시골에 유기묘들이 발생하는 일이 있기때문에 ) 놀랍게도 전원생활 7년차에 처음으로 목격해보는 너구리였던 것이다.
그런데 너구리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몸의 절반 가량의 털이 완전히 벗겨져있었고, 피까지 군데 군데 묻어있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너구리를 처음 목격한데다가 심한 상처까지 있는 너구리를 발견하고 놀라하니 집안에 있던 신랑이 야생동물구조협회로 연락을 하였다.
야생동물구조협회측에서는 우리에게 포획을 시도해보라는 조언을 하였고, 겨울철 먹을 것이 없어서 면역력이 악화된 너구리들이 잘 걸리는 개선충증이라는 피부병에 감염된것으로 의심이 된다며, 절대로 손으로 만지지말고 기구( 그물, 포획틀)를 이용해서 포획을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 개선충증에 감염된 너구리를 포획하기 위해서 시도하다.
개선충증이란 개선충이라는 해충이 너구리의 피부속을 파고 들어가서 엄청난 가려움을 유발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서 털이 심하게 빠지게 되고 너구리의 면역력과 활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굶어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집에 온 너구리도 개선충증으로 인해서 기아 상태에서 가까스로 고양이 사료 냄새를 맡고 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야생동물구조 협회의 관계자분께서는 너구리를 하루 빨리 포획해서 치료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였고, 우리 부부는 너구리를 포획하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 너구리가 잡식성이라고 하여 생고기를 포획틀에 넣어놓고 기다려보았으나 다른 곳으로 도망간 너구리는 한 동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 포획이 쉽게 될 것 같지 않아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려보았다.
너구리의 심한 건강상태도 걱정이었지만, 우리집 주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중에는 아직 성묘가 되지 않은 아기 고양이들이 꽤 있었기때문에 ( 봄, 가을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있지만, 어쩔수 없이 아깽이들이 태어나기도 한다. ) 개선충증이 옮기라도 하면 ( 너구리의 개선충증은 사람과 동물에게 옮을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손으로 만져서는 안된다. ) 어쩌나 하는 마음에 애가 탔다.
그런 상태로 하루가 지나고, 다시 통덫을 살펴보려고 바깥에서 볼일을 보고 고양이 사료가 있는 천막 ( 통덫을 설치한 곳)쪽을 가보았더니 그대로 빈 통덫만이 있었고,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현관 부분에 빈 박스를 몇 개 쌓아놓았는데, 그 박스안에서 너구리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게된 것이다.
너구리의 사채를 보고 놀라움과 안타까움에 급히 야생동물구조협회에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 사체는 주변에 묻을 수 있으면 묻으라는 답변을 하셨다. )
조금만 더 일찍 너구리가 우리집에 왔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일찍 구조를 했다면 살수 있었을까? 많은 길고양이들의 사료를 책임지는 사람의 입장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너구리의 생태적 특징 / 습성
야행성이지만, 숲속에서 낮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새끼를 낳고 출산을 하는 번식기는 3월 경이며 한번에 약 4~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너구리는 동면을 하는 동물로서 11월에서 3월 초순경까지 겨울잠을 잔다고 한다. 너구리의 수명은 약 10년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전역에 분포하며 몸의 길이는 약 60~70cm 정도이다.
쥐, 뱀, 개구리, 고구마, 육식, 각종 열매등을 먹는 잡식성이며 식욕이 왕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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