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고 동물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이유때문인지 내 주변에도 동물들이 따라다니게되었고, 어린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가족으로 보살피면서 살아가게되었다.
각기 사연을 가진 길고양이들 ( 유기되거나, 다쳐서 구조된 아이들 )을 11마리 입양을 하게되었고, 이 아이들과 함께 한지 벌써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결혼을 하기 전에 입양한 아이들 11마리를, 뒤늦게 결혼을 하면서도 그대로 반려하고 있으며 참으로 감사하게도 나의 반려자도 이들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다.
때로는 아픈 아이들로 인해서 ( 처음부터 건강상태가 취약한 고양이들을 데리고 왔기때문에 잔병치레가 많고, 약값, 병원비가 많이 들어간다. ) 밤을 새서 간호를 하기도 하고, 마치 신생아를 키우듯이 2-3시간 간격으로 밥을 먹이기도 하지만, 부질없이 떠나가는 아기 고양이들을 보내면서 몇 날 몇 일 멘탈이 나간적도 많았다.
고양이를 볼때면 한없이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큼이나 마음과 정성, 시간,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가끔씩은 천성적으로 체질이 건강하지 못했던 나에게 맞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도, 나의 가족이 된 고양이들을 죽는 날까지 책임지는 일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한번도 의심을 해본적이 없는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끔 고양이들로 인해서 반려자와 의견충돌이 생기거나, 반려자가 서운해하는 일들이 생기기도 했다.
일전에는 먼 친척의 지인과 함께하는 자리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그 사람도 강아지를 키우는 견주라고 애기를 하기에, 나는 다묘집사라는 말을 했더니 대뜸 "냄새 안나요?"라는 말을 하는 통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강아지를 키우는 그 사람에게는 동물은 "냄새를 풍기는 귀찮은 생명체"정도로 인식되는 것일까?
나의 상식으로는 "냄새 안나요?"라는 말부터 꺼내는 그 낯선 여자의 질문이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왔다.
다묘 집사로서의 나의 자격지심일수도 있다.
11마리 고양이들이 지내는 공간은, 우리 부부가 살고 있는 공간과 분리되어 있는 별도의 공간이고 (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따로 창고를 개조해서 방을 만들어주었다. ) 수시로 청소를 하지만, 그래도 나의 성에 차게끔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11마리 고양이들이 지내는 공간이니 상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루 중 몇 시간을 청소를 하는데에만 쓸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의 건강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고양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어수선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 나도, 고양이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던 나에게 낯선 지인의 "냄새 안나요?"라는 물음은 참으로 무례하게 다가왔던 경험이 있다.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고 두고 두고 가슴에 담아두는 나를 보고 반려자는 앞으로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때에 굳이 내가 다묘집사라는 것을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권고를 했다.
내 딴에는 낯선 사람과의 공통 화제를 찾았구나 싶어서 다묘집사라는 말을 한 것인데, 신랑의 말처럼 아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심리적 데미지를 줄일수 있는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무례하거나 남을 깎아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살면서 가급적 그런 사람들은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을 돌보는 것 만으로도 다묘집사는 항상 행복함 못지않게 근심과 불안, 걱정이 따르게 마련인데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것처럼 ) 무례한 인간들한테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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