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햇수로는 1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내 마음속의 '아버지'는 여전히 눈물이 많으시고, 술에 의지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시는 마음 약하신 분으로 남아있다. 전기 기술자를 업으로 하셨던 아버지는 1남 3녀의 가장으로서 항상 어깨에 무거운 짐을 달고 계셨고, 살아생전에는 슬픔속에서 살아가셨던 분이었기에 고인이되어서도 딸의 마음은 항상 근심과 회한이 가득하다.
그러던차, 평소에 아버지께서 즐겨 다니셨던 대전 보문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 절근처에 갈 일이 생겨서 아버지의 영혼을 기리는 등을 달아드리기로 했다. 내가 찾아간 절은 '불광사'라는 작지만 기품이 느껴지는 절이었다.
불광사에 방문한 그 날은 마침 추적 추적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절안에 들어가자 '등 접수하는 곳'이라는 글씨가 보여서 그쪽으로 가보니, 절에서 일을 봐주시는 아주머니께서 스님을 모시고 온다.
스님은 우리를 접수하는 사무실로 안내를 하셨고, 아버지와 시아버님의 등을 달고 싶다고 했더니 법당안에 하얀등( 고인을 위한 등은 하얀색이라 한다. ) 을 달아드리며 1년의 유지비용은 6만원이라 하신다. ( 스님은 두분의 이름을 한 개의 등에 적어서 달수 있다고 설명해주셨고, 나는 아버지와 시아버지의 등을 각각 1개씩 달아드리기로 했다. 총 비용은 12만원이들었다. )
등을 접수하고 난후 ( 올해 신청한 등은 내년 초파일부터 시작해서 1년 동안 법당안에 달아주신다고 하신다. ) 절에서 판매하고 있는 쌀과 초를 추가로 구입하고 스님께서 주시는 달력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절에 등달기를 접수하고 오니,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서 항상 뭔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헛헛했던 마음이 조금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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